작성일
2025.09.16
수정일
2025.09.16
작성자
김가랑
조회수
2

AI, 은행에 취업하다

금융 업무 프로세스 바꾸고 있는 AI
금융권 생존 위한 AI 전환 가속화

/일러스트=챗GPT 달리.
/일러스트=챗GPT 달리.

“인공지능(AI)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직원으로 채용합니다.”

이경종 KB금융그룹 AI센터장이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리얼 서밋 2025’에서 한 말이다.

AI 도입은 이제 ‘혁신’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그는 “AI 기반 업무 혁신과 초개인화된 금융, AI 기반 디지털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AI 시대 전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라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AI를 단순히 도구로 보지 않고 탁월한 직원으로 인식하고 있다. KB는 이를위해 최근 전 직원 1만 3000여 명이 활용할 수 있는 AI 플랫폼을 구축했다. 현재 시황 분석 리포트를 원클릭으로 생성하는 자산 관리 AI부터 기업 분석과 제안서 작성, 사후 관리까지 지원하는 기업 금융 AI, 6개 주요 업무 영역을 담당하는 AI 에이전트를 도입했다. 향후 25개 전체 업무 분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경종 센터장은 “수백 개의 AI 에이전트를 적시에 제공하려면 전통적인 개발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효율적인 제작 도구와 자원 관리, 그리고 금융업의 신뢰성 기준을 만족하는 충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 다른 은행들도 경쟁적으로 금융 특화 AI를 도입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 업무 프로세스를 AI 에이전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전 직원이 손쉽게 AI를 활용할 수 있는 생성형 AI 플랫폼 구축에 들어갔다. 보고서 작성, 고객 데이터 분석, 내부 의사결정 지원 등 다양한 업무에서 생성형 AI가 실질적인 도구로 활용된다. 이 플랫폼은 SK AX와 SK텔레콤과 공동 개발한 기업용 AI 플랫폼 ’에이닷엑스(A.X)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NH농협은행은 ‘AI 내재화‘ 전략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최근 기업용 자금관리서비스(CMS)에 AI 에이전트를 탑재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AI 기반 기업심사 시스템을 완성할 계획이다. 전국 1100여 개 모든 영업점에는 이미 AI 행원이 배치돼 투자상품 설명을 보조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내부 직원용 ’KB-GPT‘로 직원들의 상담 역량을 높이고 있다. 또 지난 8월 AI투자일임서비스를 통해 개인형 IRP를 운용할 수 있게 했다. 케이뱅크도 업스테이지의 ’솔라 LLM‘을 기반으로 금융 특화 LLM을 구축했다.

AI가 자금 중개 업무에도 확산되고 있다. NH농협은행이 도입한 설명가능 AI(XAI)는 대출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었다. AI가 내린 판단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시해 신뢰성을 높인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독자적인 AI 신용평가모델로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됐던 '금융 이력 부족 고객에게도 합리적인 대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 영역에서도 AI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AI 기반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 서비스를 출시했다. AI가 투자자 성향을 분석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자동으로 운용하는 시스템이다.

KB증권의 ‘스톡 AI’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투자 관련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변하고, 보유 종목 이슈를 요약해주는 개인화된 투자 비서 역할을 한다. 아울러 NH투자증권의 ‘차분이’, 신한투자증권의 ‘AI PB’ 등도 이와 유사하다. 삼성증권은 실제 애널리스트의 모습과 목소리를 복제한 ’버추얼 애널리스트‘로 투자 정보를 영상 콘텐츠로 제공한다.

◇ “금융권 AI 도입, 대형사고 부를 수도”

하지만 급속한 AI 도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AI 모델의 편향성이나 오류가 대규모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사들에게 단기적 효율성뿐 아니라 중장기적 안정성과 책임성도 요구되고 있다.

데이터 거버넌스 문제도 걸림돌이다. AI 모델의 성능은 데이터 품질에 크게 좌우되는데, 데이터 파편화와 개인정보보호 규제 등으로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쉽지 않다. 망분리 규제 등 금융권의 엄격한 규제 환경도 AI 기술의 자유로운 개발과 활용을 제약하고 있다.

AI 규제도 국내 금융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U AI법(AI Act)에서 금융 분야 AI는 ‘고위험(High Risk)’ AI 시스템으로 분류된다. 의료, 교육, 법 집행, 이민 관리 등과 함께 중요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AI 시스템으로 보다 엄격한 요구 사항을 충족해야 한다. 고위험 AI 시스템의 요건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전 세계 연 매출의 3~6% 또는 최대 1500만 유로(약 240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는 AI 투명성 미준수, 품질 관리 부족 등이 해당된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국내 AI기본법도 금융권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AI 기본법 중 고영향 인공지능 및 생성형 인공지능 사업자에게 구체적인 의무가 부과됨에 따라,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빌리티, 의료기기, 금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인공지능기본법 제2조 4호는 ‘고영향 AI’를 “사람의 생명·신체 안전과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AI 시스템”으로 정의하고 있다. 신용평가나 대출 심사 등 고객의 경제적 권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금융 AI는 고영향 AI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중대한 영향’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구체적인 적용 범위는 향후 하위 법령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구체화될 전망이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금융권의 AI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권 AI 플랫폼 구축, 금융 분야 특화 데이터 구축 지원, AI 가이드라인 마련 등이다. 규제 완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망분리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AI 개발과 테스트를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 활용을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인터넷망 기반의 상용 AI 서비스 허용과 오픈소스 AI 적용 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 AI 시장은 앞으로도 급속하게 성장할 전망이다. 2022년 한국신용정보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 AI 시장은 연평균 38.2% 성장해 2026년 3조2000억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출처 : https://www.newstheai.com/news/articleView.html?idxno=9031

첨부파일
첨부파일이(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