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자신의 연구 강점을 어떻게 확보하셨나요?”
28일 오전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2025 AI대학원 심포지엄’에서 한 학생이 선배에게 던진 질문이다. 이날 AI대학원 심포지엄에서는 ‘AI Next: 경험의 힘, 다음 시대를 깨우다’라는 주제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연구자가 5명이 참여했다. 인공지능·AI융합혁신대학원 후배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선배들은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화면 너머로 만난 이들은 이준혁 어도비 리서치 매니저, 노현우 오픈AI 연구원, 김다훈 구글 딥마인드 연구원, 나승준 엔비디아 연구원, 허미란 메타 연구원이다. 이날 진행은 김선주 연세대 교수가 맡았다.
허미란 연구원은 올해 연세대 AI대학원을 졸업하고 메타 뉴욕 오피스에서 비디오 이해 문제를 다루는 연구직에 최근 취업에 성공했다. 다음 주부터 첫 출근을 한다. 이준혁 연구원은 2015년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어도비 리서치에서 10년째 근무하고 있다. 비디오 에디팅 관련 연구를 이끌고 있다. 김다훈 연구원도 2015년 KAIST 박사과정을 졸업해 현재 구글 딥마인드에서 멀티모달 AI와 제미나이 AI 활용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노현우 연구원은 2019년 포스텍을 졸업한 후 오픈AI를 첫 직장으로 선택해 6년간 근무하고 있다. GPT-4의 비주얼 컨셉션과 디지털 에이전트 연구, 그리고 오퍼레이터 프로젝트에 기여했다. 나승준 연구원은 2021년 서울대를 졸업한 후 엔비디아에 합류해 현재 실제 환경과 비슷한 고품질 비디오 생성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 “빠르게 변화되는 연구 분야 주제 잡기가 어려워”
2시간 가까이 진행된 대화에서 후배들의 질문은 끊이지 않았다. AI 분야를 연구하는 학생들의 고민 가장 큰 고민은 연구 주제였다. 논쟁이 됐던 질문 중 하나는 AI 트렌드에 맞춰 연구해야 하는 것이었다. 로보틱스, 피지컬 AI가 화두인 요즘 학생들은 자신만의 연구 방향과 시장의 트렌드 사이에서 고민이 깊었다.
허미란 연구원은 “트렌드여서 이 연구를 해야겠다는 연구 동기는 좋지 않다”며 “미래를 예측해서 최적값을 쫓으려고 하면 좋은 박사과정을 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자신만의 장점 하나는 가지고 갈 수 있는 연구를 깊이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노현우 오픈AI 연구원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 목적에 대한 믿음을 연구자가 가져야 한다”며 “기술 트렌드는 바뀌고 지금 하는 연구가 나중에 기술 트렌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가하는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 나중에 빛을 보는 연구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조언도 빠지지 않았다. 김다훈 구글 딥마인드 연구원은 “취업에서는 트렌드에 맞는 연구가 기회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박사과정 졸업할 때 트렌드에 맞는 중요한 연구를 한다면 취업 기회가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인턴십이 해외 취업 이끌어”
해외 빅테크 취업 과정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5명의 선배는 대부분 박사과정 처음부터 해외 취업을 결심한 것은 아니지만 모두 인턴십 과정에서 해외 취업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고 했다.
이준혁 어도비 연구원은 “박사 때 해외 경험을 하면서 해외 인턴십을 중심으로 찾아봤다”며“어도비 인턴십을 두 번 했고 두 번째 인턴십에서 취업 인터뷰를 겸해서 결국 입사하게 됐다”고 취업 과정을 설명했다.
가장 최근에 취업에 성공한 허미란 연구원은 “운 좋게 미국 기업에서 인턴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서 “2~3년 프로젝트를 하면서 해외 빅테크 취업하면 이렇게 멋진 선배와 동료들과 일할 수 있다고 실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연스럽게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좋아지면서 취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현재 현직에서 하고 있는 연구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렸다. 허미란 메타 연구원은 “최근 메타에서 조직 개편이 있었다”며 “연구를 데이터의 유형인 모달리티별로 나눠놓는 것은 의미가 희미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프로젝트들이 통합되는 조직구조와 개편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다훈 연구원은 “구글에서 웨이모 자율주행이나 AI 검색에 제미나이 AI 모델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며 “피지컬 AI 분야 얼마나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지가 굉장히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노현우 연구원도 이에 공감했다. 그는 “비전, 음성, 비디오 등 다양한 모달리티 능력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그동안 LLM 발전으로부터 무수한 연구들이 나왔다면 이제는 피지컬 AI 분야 해야 할 연구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 한 해 3만 편…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AI 분야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논문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AI 탑 학회에서 발표되는 논문 수가 한 해 수만 편이 나오고 있다. 논문 채택보다 인용이 더 어렵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 학생은 “한 해 3만 편의 논문이 채택되는 시대에 자신의 논문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했다.
이에 연구자들도 AI 분야에 대한 논문이 쏟아지고 있으며 기술 트렌드나 발전 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것도 체감하고 있었다. 허미란 연구원 “저도 연구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기술이 너무 빠르게 발전해서 불안한 시기를 겪었다”며 “쫓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성취를 이루려고 밤낮으로 열심히 하는 경쟁구도가 더 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힘든 시기는 다 똑같으니 모두가 같은 상태라고 생각하고 어떤 연구들이 발표됐는지 열심히 보고 따라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밖에 AI 도구를 연구에 활용하는 능력, 취업을 위한 인적 관계 능력, AI 모델 검증에 대한대한 질문들도 이어졌다.
이준혁 연구원은 “새로운 AI 도구를 잘 쓰는 것이 젊은 세대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코딩 관련 도구나 다른 AI 도구들을 많이 사용해보고 연구에도 활용해보면서 활용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기업에서는 프로덕트 매니저들이 각 기능의 스펙과 기준을 정하는데, 단순히 성능만 보는 게 아니라 컴퓨터 사용량, 런타임, GPU 메모리 등 다양한 성능 메트릭을 학교보다 훨씬 다양하게 본다”고 말했다.
나승준 연구원은 “박사과정 시절 학회에서 인적 관계를 많이 쌓았다”며 “해외에서는 이러한 네트워킹 능력을 국내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출처: https://www.newstheai.com/news/articleView.html?idxno=8825